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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시간창고로 가는길

블랙프라이데이는 한번 밖에 없는게 다행

미국 최대의 명절은 바로 추수감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추석 마냥, 이날은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날인지라, 각종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선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또한 다음 날인 금요일은 블랙프라이데이라 일년 동안 구입하고 싶었지만 이날을 위하여 미루어 두었던 각종 물건들을 한꺼번에 사 제끼는 날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이곳으로 이민온 첫해에 이곳 사람들의 블랙프라이데이 광풍을 살펴보면서 많이 놀랐었고 이해가 되지않았지만, (전날 저녁부터 텐트와 간이 의자를 가지고 베스트바이나 월마트에 긴 줄을 서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오전 개점 시간에 마치 좀비들이 사람 잡으려고 달려 드는 것 마냥 물 밀듯이 쏟아져 들어가는)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 미국 내수 경기 진작과 함께, 어느 정도 유통업체의 재고소진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감안한다면 말이죠.

게다가 지갑 얇은 우리네 서민들 한테는 그야말로 복된 날일 수 밖에 없으니, 잘만 이용한다면 그야말로 행운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며칠 전부터 낌새는 채고 있었지만, 집사람과 딸래미는 이런 언질을 줄곧 제게 해댔습니다.
예를 들면 "밖이 요즘 한산해" 하면 제게 돌아오는 답은 "다들 쇼핑하러 다닐거야." 그리고 어제 저녁, "어머님이 안 보이시네?" 하면 "아마 쇼핑하러 가셨을 거예요."

이런 식입니다. 모든 것을 쇼핑과 결부시켜서 말하는 집사람과 딸내미를 보면서 오늘 블랙프라이데이에 기어코 끌려나왔네요. 저는 그럴 줄 알고 미리 읽을 책과 필기도구와 스케치북을 준비한 상태입니다.

 

 

 

하루 종일 비도 오고 궂은 날씨인데도 이런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여길 봐도 차, 저길 봐도 차와 인파가 어우러진 상황밖에는 보이질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곳의 백화점을 포함한 각종 쇼핑상가의 주차 장소는 엄청 널널하다는 것입니다. 그럴수밖에요.
많은 인파와 사람들이 몰려들수록 돈이 될테니까요.

 

 

 

추수감사절 직후인데다가 블랙프라이데이, 그리고 이어지는 성탄절 특수 등등.
참 가장들은 이런 날들을 위해서 태어난 불쌍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eBook 으로 나오지 않아 그동안 미루어 두었었던 고국으로부터의 책 오더를 그저께 실행에 옮기고야 말았는데, 항공료를 포함하면 거의 배나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였기에 양심에 걸렸습니다만, 이제 조금은 상쇄된 느낌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