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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文房四友

<Parker Super 21> 만년필에 대한 斷想

“Parker super 21에 대한 추억”

꺼벙이, 땡이, 요괴인간, 황금박쥐, 철인28호, 마징가 Z, 바벨2세, 마린보이...
제 어릴 적 국민학교때(지금의 초등학교) 즐겨 보았던 만화 또는 TV 프로그램들입니다.
뜬금없이 어릴 적 보았던 만화 이야기를 끄집어 냄은 바로 이 중에 저에게 어릴 적부터 만년필에 빠져 들게 한 만화 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국민학교를 졸업하면 졸업식때 거의 모든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중화요리 집에 데려가서는 평소엔 맛보기 힘든 탕수육과 짜장면을 맘껏 맛보게 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를 졸업했을때도 예외는 아닌지라, 바로 우리 가족들은 중화요리 집으로 직행했었습니다.

그것으로 졸업식의 기쁨을 온 가족이 함께 만끽하는 것이 그 당시의 관행(?)이었는데, 저는 한술 더떠 제가 즐겨보았던 만화책의 주인공을 따라 아버님께 만년필을 선물로 달라고 떼를 썼었습니다.

만년필의 용도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를 그때, 단순히 만화 책의 주인공을 따라서 선물을 해달라고 떼를 썼었는데, 순간 당황스러워 하셨던 아버님의 얼굴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1년 후(중2때) 그 사실 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느날, 아버님께서 조그만 봉투를 제게 내미셨습니다. 풀어보니 삐까뻔쩍한 만년필 한 자루...
바로 독일제 로텍스 만년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놈이 기관총 같이 생긴 수동 연필깎이를 가지고 자랑해대는 통에 며칠 낮, 며칠 밤을 사달라고 울면서 졸라대는 저를 위해 아버님은 의정부 미군 부대에서 중고 수동 연필깎이를(미군들이 사용하던) 어렵게 구해주신 적이 있으셨는데, 그 이후로 두번째로 맞이한 기적과도 같은 날이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어릴 적 저를 얼마나 사랑해주셨는지 지금에서야 절절이 깨닫곤 합니다.

학교에서 친구 놈들이 탐을 내는 통에 숨겨서 쓰곤 했던 그 만년필이 내 인생의 최초의 만년필이었고, 그 후로 용돈을 모아서 구입한 만년필이 '아피스 만년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년필이 있는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훨씬 나중에 워터맨 헤미스피어 만년필을 가지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 만년필은 아끼는 후배 사원에게 물려 준 것을 끝으로 이 네 자루의 만년필들은 제 인생의 아련한 추억거리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헌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네 자루의 만년필들중, 기억이 나지 않는 만년필 하나가 파카 만년필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것은 훨씬 나중에 구입한 만년필들로 ​인하여 생긴 만년필에 대한 '급 관심' 때문에 나름대로 기억을 더듬어 본 결과였습니다.

해서 만년필을 근 40여년을 사용하면서, 어느날 제가 그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리고자 기억의 끝간데까지 가보고서야 마침내 구입하게 된 것이 'Parker super21' 만년필입니다.



사실 그 시절에 제가 가지고 있었던 제품이 Parker 21인지 51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은 41?) 다만 그 형태를 더듬어가며 나름대로 주측하면서 우연히 구입하게 된 것이 바로 Parker super 21 이었습니다.


행운인지 'Parker super21'을 'New Old Stock'제품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New Old Stock 이란 제품 출시 이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아니한 새 제품을 그대로 보관한 채 판매하는 상품을 말하는데, 1956년 부터 1965년 사이에 생산된 제품이니 어쩌면 제 나이보다도 오래된 녀석일지도 모릅니다.


​​“The "Super 21" was an upgrade to the standard Parker 21, Parker introduced these in 1956 and made them up until 1965. They were a definite improvement on the standard model 21, because they featured the same tubular octanium nib as the 51 Special and the 41. They also have a smaller exposed oval feed area than the regular 21, similar to the 51.

The clip is fancier too, and similar to the one used on the 45. And unlike the standard Parker 21s, the plastic is strong and doesn't crack and warp as easily.”


그러하니 거의 52~61년 전에 출시된 새 제품을 끌어 안고 이 녀석에게 처음 잉크를 주입하고 필기를 했을때의 긴장된 설레임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절대로 모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고자 구입했던 만년필을 지금도 틈만나면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Parker super 21은 제게 있어서는 만년필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만년필의 역사와 함께 제 자신의 추억을 구입한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사용하는 내내 느끼게 되곤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F nib인데 스틸 닙 특유의 사각거림과 풍성한 잉크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매우 가볍고 견고합니다. 다른 메이커의 F nib보다는 약간 가는 필체를 보여줍니다.
닙의 각도를 사용자 스스로가 자신의 필각에 맞추어 조정할 수 있는데,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공장 출고시의 똑바로 정렬된 닙의 상태 그대로 쓰는 것이 미관상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런데 저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녀석은 잉크의 제조사를 좀 가리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워터맨이나 몽블랑, 심지어는 자사의 파커 잉크보다는 누들러나 오로라, 이로시주쿠, 라벤저 잉크와 잘 맞는 듯합니다.

한편으론 그런 추억을 갖게 해주신 아버님이 늘 그립습니다.
지금의 제 모든 취미 활동들은 그 당시엔 관심도 가져보지도 않았고 느낄 수 조차 없었던 우리 아버님 생전의 취미 활동들이었음을 훨씬 나중에 깨닫게 된게 못내 아쉬울 뿐입니다.

​New old stock pen from the 1960s, never inked
Red barrel, brushed steel cap, 5-3/8" in length
Aerometric filling system (uses bottled ink, not included) Fully guaranteed to write correctly, instructions provided Fine steel nib, semi-hoo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