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 가족을 이웃으로 두고 있습니다. 딸만 셋인 딸 부잣집인데, 장녀를 제외한 둘째, 막내 딸들은 이웃집에 살면서 출생한 딸들이고 모두들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 온 과정을 지켜본 터라, 남 같지가 않은 푸근한 정이 든 아이들입니다.
특히 첫째 딸인 잭키는 부모의 지난한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효녀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늘 바쁜 부모 대신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여동생들을 마치 엄마와도 같이 돌보아주고, 부모님의 생업까지도 옆에서 도와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늘 푸근한 마음이 들게 해주는 착한 아이입니다. 그 나이때면 놀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만, 원래가 심성이 착한데다가 공부할 시간도 없이 부모님의 생계 일을 묵묵히 옆에서 도와주는 모습에서 마음 한 구석을 아리게 해주었던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이번에 대학에 진학합니다.
하와이에서 제일 먼 동네인 보스턴 대학교에 진학한 그 아이에게 제 Sheaffer Taranis CT metallic purple 만년필을 선물해주었습니다. 만년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아이이지만, Sheaffer라는 필기구 브랜드를 알고 있거니와 중국에서도 대학 진학, 졸업, 취업시에 만년필을 많이들 선물해준다는 이야기를 부모님이 해주니, 선물해 주는 저도 뿌듯합니다. 더군다나 그 애가 좋아하는 보라색이기에 다행입니다.
쉐퍼의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된 새로운 모델 라인인 타라니스는 미국 출신 유명 건축가 Charles Debbas의 디자인으로 탄생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쉐퍼 발로아도 디자인의 선진국인 이탈리아에서 디자인해서 만든 제품인데, 쉐퍼사는 만년필의 완성에 해당하는 디자인에 무척 공을 들인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됩니다. 비록 쉐퍼 발로아가 단종되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화가 난 상태입니다만...
(쉐퍼 발로아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마스 파라곤이나 워터맨 에드슨에 필적하는 필감을 가지고 있는 쉐퍼사의 플래그쉽 모델입니다. 같은 동급 제품인 워터맨 까렌은 흥하고, 발로아는 사라졌네요. ㅠㅠ)
쉐퍼 만년필들의 디자인은 태생에 따른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미국식 고전미와 함께 유선형의 매끄러운 마감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나 클래식하면서 동시에 미국식 모던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메이커와는 차별화된 점이라는 사실이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타라니스의 펜촉 윗 부분의 대형 쉐퍼 로고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이나 큰 것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푸쉬업으로 캡을 여닫는 방식이고 황동 재질이라 무게감과 함께 내구성을 보장해 줍니다. 풍성한 잉크 흐름과 부드러운 필감을 선사해주는 은장 스텐 스틸 닙은 매립형의 후드 스타일로써 파카 슈퍼 21의 닙을 연상하게 합니다. 강성 닙이라 잭키와 같이 만년필을 처음 사용해보는 초보자들에게 웬만한 필압을 모두 견딜 수 있을만큼 충분한 강성 닙입니다. 이웃집 아이이지만 마치 우리 아이와도 같은 잭키에게 이 만년필을 선물해줄수 있게 되어 기쁠 따름입니다.
같이 선물한 잉크는 Levenger Regal입니다.
Cf. Taranis 는 고대 켈트어로 우뢰, 천둥을 뜻하는 단어로 켈트족의 신화속 천둥과 번개, 농사의 풍요를 관장하는 신의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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