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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시간창고로 가는길

어처구니.....

요즈음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엊그제 한 사심 없었던 분의 죽음을 두고 생각나는 말이다.

‘어처구니’란 무엇인가?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를 이르는 말이고 기와지붕의 용마루 끝이나 서까래 끝에 마무리된 십장생 문양의 기와를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갑자기 어처구니없는 인간 말종들의 군상들을 떠올렸다.

오늘 해 떨어지기 전 내일 아침 제사상에 올릴 떡가루를 만들라는시어머니의 엄명에 맷돌 앞에 서니 어처구니가 없다.

모처럼 큰 맘 먹고 집수리한 놀부 영감 고래 등 같은 기와를 올리고 의기양양 가난한 이웃들에게 으스댄다.
번쩍거리는 기와 등줄기 따라 마무리되어야 할 어처구니가 없다.

있어야할 어처구니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 챈 동리 사람 모두 어처구니가 없다.

실인즉,
어처구니는 평범한 물질명사였다는 사실이 물질문명 속에서 뻔뻔스럽게 살아가는 우리를 어처구니없이 만들었다.
살다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은 건 어처구니가 있다는 말이 가장 어처구니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집어먹어야만 어처구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구태여 교육 받으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사실에 또 한번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이 말들을 다시금 되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사실이 또 어처구니가 없게끔 만들고야 만다.

도대체가 이 어처구니의 무한 반복됨은 언제나 어처구니 없이 멈추어 지려는가. 갑자기 텅 빈 마음 속의 고릴라가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