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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생산적 책읽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책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저자 : 오스카 와일드
출판사 : 미르북컴퍼니
페이지 : EPUB/13.34MB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인간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아름다움과 젊음, 그리고 쾌락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아주 매혹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줍니다. 정말 그로테스크합니다.

그 이유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타인을 파괴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름답고 순수해 보이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을, 도리언 그레이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의 확장이지만,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리언의 초상화는 어쩌면 오늘날의 SNS와도 많이 닮아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미처 상상할 수도 없었겠지만,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오늘날 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꾸며 세상에 내보이고자 하는 SNS라고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우리는 SNS에서 끊임없이 아름다운 모습, 성공한 모습, 행복한 모습들 만을 보여줍니다만, 화면 밖에서 자신의 솔직한 내면까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거침없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유튜버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도리언 그레이에게는 그나마 다행(?)인 것이, 초상화가 그 숨겨진 내면을 대신 기록해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그것을 대신해 줄 초상화가 없습니다. 만일 현대인의 가면인 SNS에서 자기 자신의 솔직함을 대신 표현해줄 수 있는 초상화가 존재하게 된다면…

오스카 와일드는 미와 쾌락의 세계를 매혹적으로 펼쳐놓으면서도 결국 도리언의 몰락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는 무제한적인 쾌락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욕망의 노예로 만들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려고 함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이 작품을 단순히 “쾌락을 탐닉하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으로 읽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에 끌려가는 사람인가?”

이 질문은 19세기의 도리언보다 오히려 21세기의 우리에게 더 날카롭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저는 책 읽기를 마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욕망을 느끼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만, 문제는 욕망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할 때인 것 같습니다. 내가 욕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나를 선택하게 되는 순간, 자유라고 믿었던 것이 오히려 속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도리언의 초상화가 섬뜩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얼굴 뒤에 감춰진 영혼을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보이지 않는 초상화 하나쯤은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모습과 성공한 모습, 행복한 모습은 얼마든지 세상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는 감출 수 없습니다.

그 점이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도리언의 얼굴보다 그의 초상화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름답게 늙지 않는 얼굴보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영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없이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독서 #독서일기 #독서노트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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