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사람이 보이는 건축
저자 : 방명세
출판사 : 나비의활주로
페이지 : 288쪽
“역량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성품이고, 왜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소명이다.”
이 책 **『사람이 보이는 건축』**은 최근 한국 여행에서 미리 구입 목록에 담아 두었던 책들과는 달리, 서점에서 첫 인상만으로 집어 든 충동구매였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난 지금은,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가 말하는 ‘첫 2초의 직관’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이 책의 초판 1쇄가 서점에 진열된 바로 그날(2026. 6. 4.) 구입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1990년 신입사원으로 정림건축에 입사한 이후, 36년 동안 한 회사에서 보낸 시간을 글과 스케치로 기록했습니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걸어온 건축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남긴 첫 번째 기록이기도 합니다. 특히 아이티, 볼리비아, 콩고, 콜롬비아, 과테말라, 파라과이, 에티오피아 등 10여 개국의 ODA 현장에서 직접 그린 필드 스케치는 단순한 건축 기록을 넘어 사람의 삶을 담아낸 풍경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건축 사진은 사람이 없을 때 가장 잘 나온다”는 말에 어느 순간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건축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더 큰 물음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출장 기록마다 사람을 함께 그려 넣기 시작했고, 그 작은 습관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저자는 자신의 삶을 되짚으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고, 그 답을 독자와 담담하게 나누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머물렀던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역량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성품이고, 왜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소명이다.” (pp.166~167)
저자는 이어서 소명(Calling)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이고, 성품(Character)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며, 역량(Capability)은 일을 해내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기 위해 애쓰지만, 그 능력을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는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뛰어난 역량이 아니라 바른 성품이며, 그 성품을 끝까지 붙들게 하는 것은 소명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일깨워 줍니다.
건축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사람을 말하는 책.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건축보다 사람을, 성공보다 삶의 방향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따뜻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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