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아버지의 해방일지
저자 : 정지아
출판사 : 창비
쪽수 : 268p.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비로소 시작되는 이해의 시작“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딸(화자)이 바라 본 아버지의 죽음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죽음을 끝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이해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딸인 ‘나’는 평생을 이념과 신념 속에 살아온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왔고, 그의 장례식이라는 시간 속에서야 비로소 아버지의 삶을 다시 조립해 나갑니다. 그것은 과거의 기억과 함께, 장례식을 통해 접하게 된 아버지의 지인들을 통해서 더욱 뚜렷하게 조명이 됩니다.
작품에서의 아버지는 빨치산 출신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이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대신,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기억을 통해 아버지를 입체적으로 복원합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단일한 시선이 아닌 다층적 시각으로 인물(아버지)을 바라보게 만들며, 자연스럽게 판단이 아닌 이해로 이끌어 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무겁고 비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저자의 문체는 놀라울 만큼 담담하고, 때로는 유머를 품고 있습니다. 이는 작품 속의 인물들을 ‘삶 그대로’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그 의도대로(?) 독자는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한 인간의 생애’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특정 시대의 이야기를 넘어, 관계와 이해에 대한 보편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그 질문은 결코 거창하지 않고 오히려 아주 개인적이고, 그래서 더욱 깊이 파고들게 됩니다.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아버지에 대한 이해.
이 소설은 그 아이러니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책 속으로)
평생 군인으로 교련 선생으로, 그리고 조선일보 애독자로 살아온 박선생 같은 이와 빨치산 동료들은 아버지 외의 어떤 접점도 없었다. 아니, 그 시절에 서로 총을 겨눈 사이였다. 아버지와 오래 마음을 주고받으며 지낸 사람들 사이에도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축소판을 보는 기분이기도 했다. (중략)
어쨌든 아버지의 장례식장은 적당히 분주하고 평화로웠다. -pp. 211~212
Ps. 호놀룰루 공항에서 한국 책을 주우면 무조건 제게 갖다주는 직장 동료에게 감사합니다. 이 책을 접하게 된 인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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