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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생산적 책읽기

연필로 쓰기…

저자 : 김훈
문학동네, 출간일 (2019. 3. 27)
에세이, 파일 종류 : EPUB / 37.25MB


“자연현상에 대한 인문적인 말 걸기…”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잘 듣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글솜씨가 큰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인 박웅현씨가 자신의 책에서 김훈 선생을 '글쓰기의 천재'라고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한다.

김훈, 그는 더러운 똥 마저도 찬란한 금은보화로 둔갑시킬 수 있는 연금술사다.

지극히 평범한 것들을 제대로 평범하게 표현하거나, 특별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승화시켜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과 함께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야기 A와 이야기 B가 유연하게 연결되고 아울러 문장 구성 능력이 탁월함을 알게 한다. 그리고 그의 언어의 유희는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기폭제가 된다.

삽으로 눈을 치우면서 석장리 박물관 이야기로 이어지고 구석기 시대와 중석기 시대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급기야는 대가야와 신라로 이어지고 전혀 상관 관계가 이루어 질 수 없는 것들이 자연스럽고 감동적으로 바뀌어지니 그는 천재요, 연금술사요, 언어의 마술사가 틀림없다.

그는 글쓰기는 '자연현상에 대한 인문적인 말 걸기'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자연은 자연이고 인간의 글은 인문인 까닭에 자연을 해석하려고 인문이 노력하는 결과라고 생각되어, 이런 그의 시선을 통한 관점의 변화가 결국은 똥도 아름다운 글 전개의 구성 요소로써 쓰여지게 됨을 알 수 있다.

결국 그의 글들을 읽다가 보면 평소엔 그냥 스처지나갈 수 밖에 없던 것들이 세심한 관찰력으로 마주하게 된다.

'삶이 말을 끌고 나가서 말이 겉돌지 않고 인간과 생활과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몸의 언어로 표현하니 그의 글은 생기가 있고 발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그의 책상 한 귀퉁이에 닳아져만 가는 몽당연필들과 쌓여만 가는 지우개 가루가 넘쳐나길 기대하는 이유가 된다. 📝

(책 속으로)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지우개 가루가 책상 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는 다 지나갔다.

밤에는 글을 쓰지 말자.
밤에는 밤을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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