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ing/생산적 책읽기

자전거 여행 1

공간[空間] 2025. 5. 20. 18:46

책 : 자전거 여행 1
저자 : 김 훈
출판사 : 문학동네
쪽수 : 260p.

“김훈의 몽당연필들과 쌓여만 가는 그의 지우개 가루가 넘쳐나길 기대하는 이유”


김훈의 『자전거 여행 1』 은 자전거 바퀴 위에서 바라본 그의 세상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의 자전거 여행 1에 대한 이야기들은 길 위에서 쓰인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그는 자전거의 두 바퀴로 땅을 밟으며, 그곳에 새겨진 시간과 풍경을 깊이 들여다 봅니다. 자전거 바퀴의 속도로 굴러가는 사유이며, 자전거를 타고 음유하는 작가의 숨결이, 마침내 바람의 결을 타고 흐르는 언어의 유영입니다.

김훈의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마치 오래된 칼날처럼 날카롭고, 적확하며,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길은 시간을 싣고 흘러간다”는 그의 문장에서, 우리는 한 시대를 품은 도로와 골목, 산과 들을 함께 지나가는 경험을 맞이하게 됩니다. 한국 곳곳을 여행하며 그가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세월을 관통하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언젠가 동네 책방이라는 TV 매체에서 접해 본 그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퍽 늙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슬픔을 감출 수가 없게 됩니다. 그도 나와 같이 늙어 간다는 사실에 애꿎은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서로에게 슬픈 것입니다.

스포츠 싸이클링이 아닌 세상의 자전거는 다 느립니다. 아버지에게서 자전거를 처음 배울때 자전거 뒤를 붙잡고 계신 아버지가 일부러 그 손을 놓으시고 저절로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들의 뒷 모습을 자랑스럽게 쳐다보던 그 순간의 눈 빛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자전거 배움의 느림 속에서 아버지가 보셨듯이 김 훈은 땅의 주름을 보고, 바람의 결을 읽었습니다.

세상의 속도를 줄이고 자전거에 앉아 자세를 낮출 때 비로소 보이는 세상의 것들이 있습니다. 김훈은 그것을 집요하게 포착합니다. 제가 그의 ‘연필로 쓰기’와 ’개‘라는 작품을 읽고 나서 느낀 똑 같은 감정입니다. 가을 들판을 지나며, 바닷가 마을을 거닐며, 도로 위에서 속절없이 사라지는 것들을 이 책 <자전거 여행 1>에서는 붙잡고 있습니다. 그의 문장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사물과 풍경의 본질을 통찰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데, <책은 도끼다>의 저자인 박웅현 님의 이야기가 절대적으로 사실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전거 여행 1』은 단순한 여행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삶과 길, 시간과 자연을 응시하는 한 작가의 기록이며, 느림과 사색이 만든 문학적 성취입니다. 그래서 가벼이 읽어서는 안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도 자전거 바퀴 하나를 굴려 길 위에 나서고 싶어질것 입니다. 바람과 햇살과 먼지 속에서, 김훈이 바라본 세상을 나직이 들여다보고 싶어지기에 제 2 권을 서슴없이 집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의 몽당연필들과 쌓여만 가는 그의 책상위에 지우개 가루가 넘쳐나길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책 속으로)
여름 아침의 연못에서는 수련뿐 아니라 물도 잠들어 있다. 물이 밤새 내쉰 숨은 비린 향기와 물안개로 수면 위에 깔려 있고, 해를 기다리는 물속은 아직 발현되지 않은 무수한 빛과 입자들을 채우면서 어둡다.

빛과 색으로 존재하는 것들은 시간 위에 실려서 멀리서부터 다가오는데, 그 모든 생멸의 과정이 살아있는 동안 뜬 눈에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p.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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